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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그림책/책 (과 생각을 곁들어)

우아한 가난의 시대 - 짧은 글들이 모여 거대한 세상이 된다. - 수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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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가난의 시대 - 짧은 글들이 모여 거대한 세상이 된다. - 수필집 /

 

 

오랜만에 읽은 수필집 중에서 읽기가 쉽고 빨랐으며 공감과 이해가 많이 간 책이었다.

패션잡지 에디터 일을 했었고 지금은 아이를 키우며 사회에서 살아가는 작가의 글은

다양한 삶의 관점, 어쩌면 나보다 더 세상을 빠르게 파악하고

유행의 최전선에서 살면서 느낀 사회의 후기를 읽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재밌게 읽었고 공감 가는 부분을 열심히 기록했으나

너무도 많은 나머지 이 글에서는 극히 일부만 발췌했다는 것을 참고 바라며!

 

 

우아한 가난의 시대... 제목 정말 잘 지은 것 같다.

우아하게 살기 위해서 우리의 금전은 사라져가는..... 그런 모순적인 제목이다.

 

 

짧은 글들을 엮은 책이어서 제목이 참 많았다.

그만큼 목차가 길었는데

제목 선정이 적절해서 제목만 읽고도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갔다.

 

 

제목마다 글이 짧기 때문에 호흡도 부담스럽지 않아 처음 책 읽는 사람들에게도 괜찮은 책.

시작 글도 매우 흥미로웠다.

 

 

몇 개의 문장을 가지고 왔는데 보고 가져온 글이라

약간 내 생각 위주일 수 있다는 점 참고 바랍니다.

 

잡지에 기고한 짧은 글을 엮은 것으로 알고 있다.

 

 

"모두가 메신저 언어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까 축약된 말과 과격한 말들이 넘쳐나죠. 하지만 시의 언어를 읽고 아름다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우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한 것 같아요. 인간은 언어로써 존재하는 거잖아요. 물 한 잔도 고급 브랜드의 생수를 찾아 마시는 사람들이, 흙탕물의 언어를 쓴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에요"

 

요즘 미디어의 확산세가 어마어마하다 보니 언어의 유행도 예전과 다르다.

그런데 유행어들이 예전에 비해 표현의 질이 달라졌다고 느꼈는데 그런 것들을 글로 잘 표현해 주었다.

좋은 글을 보고 좋은 책을 봐도 모자란데

미디어에서 접하는 단어들은 그것과 반대된 것들이 많더라.

앞으로 우리가 미디어 세상 속에서 살아가려면

유행어와, 글 우리의 언어를 구분 지어서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 거 같았다.

 

 

"좀 더 나은 삶에 대한 가능성을 할부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사들이고 있는 것은 자질구레한 사물들이 아니라, 여유롭고 편안하며 우아한, 조금 더 나은 삶이라는 환상이다. 자유와 해방, 인권 같은 중요한 가치의 모듈이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무릎을 꿇고 걸레질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우리의 테크놀로지의 용병들을 무리며 노련한 어른이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이러한 상태는 올더스 헉슬리가 예견한 '멋진 신세계'와 매우 흡사해 보인다. 기계 문명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문명인들은 모두 안정을 원한다. 안정 대신 자유 의지를 원하는 인물은 야만인 뿐이다. 문명인은 야만인에게 말한다."

 

우리는 청소가 편리해지도록 청소기를 구입하고 거기에 편리함까지 바라는 마음으로

로봇청소기에, 로봇 청소기가 청소하지 못하는 구석구석을 위해 또 무선 청소기를 구입하고,

빨래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세탁기를 구매하고 옷들이 뽀송하게 되는 걸 원하기에 건조기를 구매.

나중에는 미세먼지 없는 옷을 위해 옷을 자동으로 청소해 주는 기계를 구매하게 된다.

 

우리의 생활이 편리해지기 위해서 끊임없이 들어오는 가전제품과 물건들. 이것들이 우리들을 진정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일까. 문명으로 가득한 우리의 삶은 정말 행복한 것인가. (이제는 말동무도 해주는 인공지능 스피커까지 등장하고... ) 문명을 느끼기 위해 끊임없이 사들이고 있는 우리. (작가는 후회하지 않는 가전제품도 있다고 했다. 나 또한 컴퓨터... 매우 좋아하는)

 

우리는 삶과 기계가 섞여진 세계에서 사는 것 같다. 바깥과 안의 구분이 없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사기업 속에서 5000만 명 중 하나의 데이터가 되어가는 우리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이 부분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데이터가 일상화된다는 것은, 우리의 개인 정보들이 기업들에게 하나의 정보 수집이 되는 것이다.

과연 우리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이 글을 적은 기념으로 멋진 신세계 책을 얼른 읽어야겠다.

 

 

 

"우리는 한동안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 좀처럼 하지 못했다. 완곡하게 돌려서 하는 거절이 미덕이고, 재밌지 않아도 적당히 웃어주는 것이 사회적 약속이며, 싫다는 감정보다는 좋다는 감정을 앞세우는 것이 유리한 환경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싫어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일은 살아가면서 지키고 싶은 것과 피하고 싶은 것, 나아가 확신을 가지고 거부해야 할 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다. "

 

 

동양에서는 겸손을 미덕으로 여긴다. 그렇다면 나의 마음속에서 좋아하지 않지만 티를 내지 않고 억누르는 감정들이 있다면 그것들을 한번 훌훌 털어버리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나열하다 보면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알 수도 있을 것이며 그것이 사소할지라도 나에게는 중요한 것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나는 달달한 카페 음료를 좋아하지 않고 튀김 같은 기름진 껍질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동물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강약약강의 언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적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도 한다.

 

 

 

 

".... 이런 문화 소비 현상을 두고 지그문트 바우만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오늘날의 문화는 사람들이 셔츠를 갈아입거나 양말을 갈아 신는 것만큼이나. 자주, 빨리, 능숙하게 자신의 정체성(최소한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모습)을 바꾸는 능력을 습득하도록 요구한다. 그리고 소비시장은 적당한 가격, 또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이렇게 문화의 요구에 복종하는 기술을 습득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

 

짧은 영상이 유행하고 인스타가 유행하면서 유행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겉으로 멋있어 보여야 하고 남들보다 더 빨리 앞서나가야 한다며 열심히 달렸지만 그 속에서 우리들의 본질은 존재하는 것일까. 이런 것에 근본적인 물음이 생긴다. 우리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뭘까, 단순히 인터넷에서 좋다고 말하는 것 말고 어떤 것이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나의 10대 때는 시각적으로 멋있는 것들을 많이 좋아했다. 10대는 미디어의 영향이 상당히 큰 세대이니 나 역시 그때는 그게 좋아서 열심히 따라 했었지만 결국 남은 것은 허망한 마음뿐이었다. 그 이후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덕분에 한결 편해지고 나의 정체성이 많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 정체성은 지금도 잘 유지되고 있는 중.

 

 

 

-인터뷰 중 -

 

" 사회에서 말하는 지혜에 휩쓸리지 않는 것, 세상 사람들의 의견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제가 생각하는 고독이에요. 물론 어렵죠. 근데 누구나 그런 마음들을 가지고 있긴 해요. '나는 남들처럼 살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문득문득 하잖아요. 그 말속에 담겨 있는 것이 '나만의 진리를 찾자'일 거예요. .(중략)...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바로 그 부분이에요. 어떻게 소외되지 않고 살아갈 것인가. 지금 이 순간, 당장 오늘 아침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중략)... 고독이 타인에 대한 배제를 의미하진 않아요. 오히려 그 반대죠.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서로에 대한 가치 판단을 멈추고 서로에 대해서, 그 가능성에 대해서 욕망하는 사회에요. 그리고 고독한 자들의 연대는 사실 이미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술가가 집단 공동체를 이루는 사례도 많고, 어떤 책을 읽고 SNS 상에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것도 고독의 연대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봐요. 또 다른 사람을 세상의 고정 관념에 따라 함부로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는 행위만으로도 일종의 암묵적인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봐요. 굉장히 추상적인 방식의 공동체인 셈이죠. "

 

이 부분은 내가 가장 공감한 부분 중 하나이다. 특히 내향형의 사람들에게 많이 해당이 될 텐데 사회에서는 공동체의 역할을 중요시했지만 내향인들은 그게 조금 힘들기도 하다. 특히 혼자 있는 것을 즐겨 하는 내향인들은 자신의 모습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쉽고 그 부분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과거의 나) 그리고 고독한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더라... 하지만 이젠 고독이라는 것이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는다. 사회에서 등장한 미디어의 순기능으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미디어가 내향형 인간들에게 공감과 재미를 안겨주다니 4차 산업혁명에서 잘 된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 중. 나 또한 내향형으로써 SNS를 통해 다양한 지식과 생산적인 취미를 찾아서 즐기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보면 직접적이진 않지만 희미하게라도 연대를 할 수 있는 곳이 SNS가 된 것이다.

 

 

 

 

책의 후기는....

 

유행을 선도하는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겪은 작가는 첨단 세계로서의 입장보다는 우리가 사는 이유와 본질을 알기 위해 많은 생각과 통찰을 하신 것 같았다. 우리가 잘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 최신 기계와 패션 유행이 아닐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일정 부분의 도움이 된다는 것. 나 또한 그 부분에 크게 공감하고 우리가 아는 한국 사회 속에 비어진 것들을 명확하게 짚어내시기도 했다.

 

글들이 참 많았다. 그런데 매우 잘 읽혔다. 술술 읽히고 금세 마지막 장까지 읽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편하게 추천한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와 가장 밀접한 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편하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글들이 많다.

종종 생각나면 또 읽을 것 같다.

 

 

 

그럼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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